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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그리운 것은

글쓴이 : walter 날짜 : 2017-02-24 (금) 23:56 조회 : 257

프롤로그(Prologue)


고국을 떠나온 지 반백년, 2017년 近間의 한국소식은 그 어느 때

보다 살벌하다.

사회지도층 수십 명이 쇠고랑을 차고 수사기관을 드나들더니 멀

지 않아 현직 대통령도 포승줄에 묶여 끌려 다니는 풍경을 보게 

될 것 같아 아슬아슬하다.



一面識(일면식)이 있었던 현직 여성장관이 붙들려 들어가는 날

은 잠을 설쳤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고향사람 신원철 박사

(원로목사)께서도 한밤중에 한국소식에 귀 기울이다가 입술이 부

르텄다고 했었다.



미국의 산간 奧地(오지) West Virginia 산동네에 사는 나의 이웃

들은 North Korea와 South Korea를 꼼꼼하게 구분 지우지 않는

다.


북한의 김정남씨가 말레시아 공항에서 늘부러져 누운 모습이나 

Samsung Smartphone 회사의 고위직이 수갑 찬 손을 감추고 

Policeman들에게 끌려 다니는 사진을 보았다면 그냥 우리 동네

에 사는 ‘Walter네 나라 Korea’ 사람으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현지 이웃 사람들 보기에 매우 부끄럽다.

그래도 고국은 영원히 그리운 곳이다.



한국에서 그리운 것은


트막한 산을 뒤로하고 강줄기를 따라 자리 잡은 시골 마을, 그 앞을 흐르는 냇물이 석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흘러가는 정겨운 풍경은 내 그리움의 원형질이다.

흰 눈이 하얗게 쌓여 있을 때 피어나기 시작하는 매화, 황토색 산비탈에 여기저기 눈부시게 피어나던 야생 복숭아, 살구꽃. 응달진 벼랑에서 화사하게 피고 지던 진달래며 산등성이에 하얗게 핀 밤꽃이 보고 싶다.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주홍빛 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마을. 초가지붕위로는 저녁밥 짖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귀가하는 농부의 느릿한 발걸음과 꼬리를 흔들며 마중하는 강아지가 있는 그림이 좋다.

소백산 기슭의 부석사 안양문에 올라 겹겹이 쌓인 산 능선을 한없이 바라보고 싶다. 세상을 떠돌던 방랑시인 김삿갓이 안양루에 올라와

“인간 백세에 몇 번이나 이런 경관 보겠는가

세월이 무정(無情)하네 나는 벌써 늙어 있네”

자탄(自歎)하던 그 고독한 풍류를 생각한다.

산비탈 탱자나무 울타리 안의 과수원에 매달린 빨간 국광 사과가 먹고 싶다.

청도 운문사 가는 길에 늘어선 소나무 숲도 시원하거니와 비구니들의 해맑은 미소는 세상사에 찌든 때를 씻겨주는 듯하다.

가야산 해인사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십리 길 계곡의 단풍이 아름다운 홍류동에 들어서면 산 속으로 들어가 버린 후 다시는 세속으로 돌아오지 않은 외로운 구름 고운(孤雲) 최치원의 심정을 헤아린다.

운무(雲霧)로 감 쌓여 신비스럽게 보이는 지리산,

누이 같은 섬진강에서 오래 오래 살고 싶다.

동해 낙산사! 쪽마루 밑으로 흐르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춘원 이광수는 무슨 꿈을 꾸었을까?

풍기 희방사, 바람 길목 협곡에 덩그렇게 떠 있는 듯 쓸쓸한 간이역을 못 잊는다. 봉사직 역원이 되어 오가는 외로운 길손들에게 손 흔들어 주며 지내면 어떨지.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문경, 날아가는 새도 넘기 힘들어 쉬어간다고 해서 새재(鳥嶺). 경상도 땅에서 한양으로 통하는 가장 큰 고갯길인 문경 새재를 오르며 둔덕에서 멀리 산 아래 마을을 내려다보고 싶다.

미시령, 한계령의 기암절벽과 가지 늘어뜨린 늙은 소나무의 절경, 바다가 설교하고 목사가 설교를 듣는다 했던가. 성산포의 밤바다. 태초의 원시적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울릉도․동해 삼척․ 울진․영덕․포항을 잇는 해안선 도로와 작은 포구들, 신라 태종 무열왕이 삼국을 통일한 후 회심의 휴식을 취했던 태종대.

들판엔 황금빛 벼들이 출렁이고 길 양옆에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늦가을의 통일로 가는 길, 너무도 쓸쓸해서 울고 싶어지는 보리갈이 끝난 들판, 억새꽃이 가을바람 타고 쓸쓸히 나부끼는 산길, 눈이 소복 쌓여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

밤기차 떠나는 소리라도 들리면 지금도 가슴이 울렁이겠지.

한국에 나가있는 동안 나는 틈만 있으면 산이며 강이며 들판을 찾아 나서기를 좋아했다. 내 기억의 갈피 속에 갈무리 되어있는 그리움의 조각들을 찾아다녔다.

겹겹이 쌓여 있는 산, 굽이굽이 흐르는 강, 넉넉한 들판, 발 닿는 곳 어디든 눈물겹게 그리운 모국의 땅이다.

햇볕이 잘 드는 장독대 곁에는 철 따라 맨드라미, 봉숭아, 분꽃, 나팔꽃, 접시꽃, 채송화들이 다툼 없이 옹기종기 피고, 달빛에 더욱 눈부신 초가지붕 위의 하얀 박꽃도 그리운 나의 영상물이다.

나의 귀, 나의 입맛 역시 눈 못지않게 너무도 한국적인 것에 길들여져 있다. 풋고추에 호박잎 쌈, 고추장과 참기름을 바른 더덕구이, 두릅, 취나물 산채, 도토리묵, 말랑말랑한 곶감, 김이 무럭무럭 나는 백설기가 피자나 스테이크보다 훨씬 입맛을 돋운다.

‘비나리는 고모령-울고 넘는 박달재-물방아 도는 내력’은 언제나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이다. '가거라 삼팔선아' '굳세어라 금순아' 같은 악극공연이 있으면 만사를 제쳐놓고 가보고 싶다.

교향곡보다는 심청가 한 대목에 더 감동을 받고 나이가 들면서 한국가락이 점점 더 좋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그리운 건 무엇보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다.

떡 한 조각이나 콩 한 알도 함께 나누어 먹었던 후한 인정, 제집 찾아온 손님이면 낯모르는 길손이라도 먹이고 재우고 노자까지 주어 보내던 그 넉넉한 마음, 욕심 없이 살아가는 순박한 정서가 몹시도 그립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인 어머니!

사무치게 그리워 가슴 저려오는 모국어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강과 길이 함께 함몰되어 버리는 지점.

들판의 왼쪽 산자락 따라 휘어지게 이어지는 신작로 길.

백양나무가 길게 늘어서 있고 들판 위 하늘에 흰 구름이 몇 점 떠있는 풍경> 꿈에서도 자주 그려보는 그림이다.

동해바다와 태백산을 끼고 있는 영덕에는 태백산 계곡에서 흘러나온 실개천이 강구(江口) 포구로 흘러들 때 오십천(五十川)이란 한 줄기 강을 이루는데 여기에 연어가 서식한다. 연어는 북태평양 베링해협을 떠돌다가 5-6년이 되면 알을 낳으려 그 곳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나도 그 오십천 강물을 먹고 자라서인지 꿈속에서 어릴 적 친구들을 자주 만난다. 뒤돌아보면 고향 언저리에서 지낸 4년간은 내 일생 동안 가장 긴 시련의 세월이었다.

49년을 산 미국생활보다 어릴 때 고향 언저리에서 보낸 기억이 더욱 또렷하다. 유배지 같았던 서러운 유년의 기억들이 묻어있는 고향을 그래도 못 잊는 건 부모님이 태어나 일가를 이루고 살았고 나의 태가 묻혀 있는 그 곳이 태생의 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먼 길을 휘돌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내 마음이 고국산야(故國山野)로 돌아가는 것은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모천회귀(母川回歸)의 한 마리 물고기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2017년 2월 24일

栖碧 朴一浩

Walter Ilho Park 


walter22182 2017-02-25 (토) 04:04
존경하는 박일호 회장님께,
주님의 평안을 기도드립니다. 

 뵙고 싶든 차 보내 주신 글을 통하여 고향 산천을 잘 여행하는 경험을 가졌습니다.

그리운 고향 산천은 세월이 갈 수록 더욱 그리워 짐을 숨길 수 없는 심정입니다. 어찌 그리도 섬세하고 실감 있게 잘도 묘사해 주셨습니다.

언어의 감성적, 인지적 공유를 통하여 더욱 친밀감을 가지도록 합니다.

영덕, 강구, 오십천, 동해안, 태백산, 코스모스, 복사 꽃, 매화, 세제, 해인사, 이 모든 언어들은 우리네 삶에서 듣고, 말 하던 공유하는 언어 이었습니다.

그 언어 안에서 우리네의 삶의 시공이 공존해 있었습니다. 고로 그 언어들은 우리네의 삶의 내음을 담은 그리운 언어입니다.

이러한 공감을 통하여 회장님과 더욱 친근함을 경험 하게 하니 마냥 감사하고 기쁩니다.

더욱 건강하세요. 그리고 공감의 언어 안에서 더욱 깊은 교제를 바랍니다.

권 사모님께 평안의 안부를 전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샬롬!

미말의 종 신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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